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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인터뷰 (2014/08/01) - Korean

Thursday, July 31, 2014

[2014 아시아프 화제 작가 2인 | 무슬림 작가 무나 배현민] 장옷과 히잡은 상통

 

무슬림 작가 무나 배현민


"한국 전통·이슬람 문화 서로 닮아… 내 그림이 두 문화 잇는 다리 되길"

 

전시장에 온 이들이 하나같이 그녀를 흘깃 쳐다봤다. 하늘색 히잡(이슬람 여성 교도의 가리개)을 한 여인. 외국인인가, 한국인인가. 호기심 어린 눈들이 오갔다.

"한국인인 제가 무슬림이 되기로 한 건 엄청난 결심이었어요. 히잡은 기독교인이 십자가 목걸이를 거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남들이 이상하게 본다고 해서 종교적 신념을 져버릴 순 없죠." 올해 아시아프에 처음 참여한 작가 무나 배현민(25)씨가 머쓱해했다. 그녀는 무슬림이다. 2009년 서울에서 공부하던 아랍에미리트(UAE) 출신인 지금의 남편을 만나고 이슬람교로 개종했다. 친정은 불교 집안이다. 3년 전 남편과 결혼한 뒤 줄곧 아랍에미리트 토후국 중 하나인 샤르자에서 살고 있다.

이슬람의 나라에 사는 '한국인 무슬림'. 이 특이한 정체성이 그녀의 작업 주제다. "개종할 때 주변에서 문화가 너무 달라 한국인은 절대 무슬림으로 살 수 없다면서 만류했어요. 그런데 공부해 보니 의외로 한국 전통문화와 이슬람 문화가 묘하게 닮았더라고요."

여성의 눈으로 포착한 상통하는 매개가 바로 히잡과 장옷이었다. "히잡은 무슬림 여성이 자신의 존엄과 가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도구예요. 우리 조상들의 장옷도 양반집 규수들이 정숙을 지키려고 쓴 거잖아요. 둘 다 얼굴과 손만 빼고 몸을 가리는 데 쓰였고요."

그래서 언뜻 보면 장옷을 쓴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그 아래 히잡을 두른 여인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번 출품작 '존엄 #2'에도 그런 여인이 등장한다. "무슬림인지 한국인인지 모호하게 그렸어요. 어쩌면 둘은 하나로 연결돼 있을지도 모른다는 걸 표현한 거죠." 계원예술대 공간연출과를 졸업한 배씨는 "무대 연출을 배워서 작품 속에 내러티브를 담는 데 신경 쓴다"고 했다.

배씨는 올 초 두바이에서 열린 아트페어에 참여했을 때 현지 관객들이 '한복 입은 무슬림'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고 했다. "서울에서도, 아랍에미리트에서도 '한국인 무슬림'은 신기한 존재예요. 제 그림이 한국과 이슬람을 잇는 작은 다리가 됐으면 해요."

 

 

김미리 기자/ 이태경 기자

출처: 조선일보 (2014/08/0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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